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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북한과 클린턴 행정부 간의 긴장은 매우 심각한 상태였고 전쟁의 가능성까지 제기되었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은 전국민 전쟁태세를 선포하고 “ 조국의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건들면 즉시 공격을 명령 하겠다 ”까지 했다. 19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 간의 평화조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평화메이커 카터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해서 클린턴을 만났다. 카터는 미국의 저명한 기자이며 그 얼마 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댄 래러(Dan Rather)’의 [ 북한은 실제로 보지 않으면 이해가 불가능한 일종의 외계 행성이다 ]란 말을 인용하면서 클린턴을 설득했다. 클린턴은 카터의 개입을 매우 주저하면서 그의 방북을 승인했다. 김일성을 만난 카터는 경제적 지원을 받는 대신 핵을 동결하기로 협상하는 데 성공했다. 김일성 사후 김정일18년 동안 미국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정책은 변한 것이 없었다. 심지어 김정일은 미국에 대한 적개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에도 카터에 대한 존경심엔 변함이 없었다.


북한의 김정은(체제)은 1994년 그의 할아버지와 카터 할아버지가 만들어 낸 기본합의로 북미관계의 방향을 잡았다. 미국과의 핵 거래를 통한 실리 챙기기와 체제 안정이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 한 한 달도 안 된 그해 8월5일 상복 차림으로 미국과 3단계 고위급 회담을 재개한 것과 아주 유사하다. 그 때에 이루어 낸 제네바 합의는 2002년 2월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질 때까지 북미 관계의 틀이 됐다. 김정일의 ‘고난의 행군’이 바로 이 기본합의서의 덕을 보았다. 극심한 식량난을 핵시설 동결의 대가로 지원 받은 식량과 중유로 위기를 넘겼다. 지금 김정은이 역시 아버지 김정일이 택한 길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게 보면 북한의 입장은 일관되어 왔고 미국이 우왕좌왕 한 결론이 나온다. 김정은 체제는 미국과 직접 맞짱을 뜨면서  6자회담의 여건을 유리하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작년 7월 28일의 뉴욕회담, 그리고 10월24일 제네바 회담에 이어 지난 2월23일 중국의 베이징에서 북한과 미국이 만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회담재개가 불투명 했다. 그러나 신속하고 치밀한 권력승계를 치른 북한은 권력공백 가능성을 조기 차단하고 새 정권의 안정성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입장도, 그리고 사람(대표)도 이전의 그대로다. 사실, 북한과 미국은 각각 자신의 입장에서 고위급 회담을 늦출 필요가 없었다. 2차 회담에 이어서 년 말에 3차 회담을 예정했으나 갑작스럽게 김정일이 사망했다. 3차 회담이 의외로 신속했다 독재국가에서 권력이 교체 되었음에도 대내외 전략과 정책이 이전의 그대로다. 북한의 체제유지의 자신감이 묻어난다.


지난 2월23일 베이징에서의 3차 회담에 나타난 북한 대표는 김정일 사망 이전의 대표단 그대로였다. 낯익은 사람들에게 미국대표단은 안도했고 성과를 기대했다. 미국과 북한은 23일 하루 종일 협상했다. 북한 팀은 협상 내용을 들고 하룻밤 사이에 평양을 다녀왔다. 그리고 그 다음날 회의에선 1시간 만에 합의를 도출했다. 1994년 김일성과 카터가 만들어 낸 기본 합의서 그대로다. 미국과 북한은 양측이 합의한 내용을 2월29일 평양과 워싱턴에서 동시에 발표 했다. 합의서 한 장을 서로 거꾸로 읽었다. 북한은 북미 관계 개선과 식량지원 등을 앞에 넣었고 미국은 비핵화 사전조치 문구를 앞에 넣었다.


북핵문제가 1994년의 원점으로 돌아갔다. 식량지원이란 조건으로 비핵화 조치(핵 동결)를 , 핵 동결 이란 조건으로 식량지원을 받는 내용이 같다. 18년 동안 협상이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원점이다. 조지 부시 8년 동안 미국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북의 체제붕괴를 유도하거나 기대했지만, 심지어는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선제공격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에 휘말렸다. 오히려 그동안 북은 장거리 미사일뿐만 아니라 두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서 절반의 핵보유국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김정은 체제에게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만만하게 보인다. 이란 핵 문제 등으로 북한에 집중할 겨를이 없음을 노렸다. 북은 철저하게 통미봉남(미국과 통하고 남쪽하곤 닫는다)의 전략으로 미국하고만 상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내 한인들이 한국의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민족임이 원칙이고 평화와 안정이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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